대형서점도 `무제한 월정액제`…전자책시장 가열 - 매일경제
밀리의서재·리디북스 이어예스24·교보문고까지 가세`한국의 아마존` 지향하며시장확대 장점도 있지만선인세 경쟁 부작용도 커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두 주연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이 말싸움을 벌인다. `사피엔스` `역사의 역사` `고양이`…. 서로가 읽은 책 제목을 두고 핑퐁을 하다 변요한이 "책값 꽤 들었겠는데?"라고 꼬리를 내리자 이병헌이 웃으며 말한다. "한 권 값에 다 봤지."`밀리의 서재`는 최근에 톱스타를 캐스팅한 TV 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월 9900원에 무제한으로 책을 대여해주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알리는 공격적인 마케팅이다. 최근 H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65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뒤 적극적인 `공세 전환`에 나선 것이다. 전자책 시장이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사서 보는 대신, 빌려 읽는 시대를 표방하며 무제한 대여 월정액제 서비스 출시가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한발 앞서 구독 모델을 선보인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 리디북스에 이어 예스24, 교보문고도 만원대의 월정액제 출시로 `공유경제` 노선에 올라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서점 1위인 예스24는 이달 22일 대형서점 중 처음으로 예스24 `북클럽`이라는 월정액제 모델을 선보인다. 두 달여의 베타서비스를 마치고 정식으로 선보이는 `북클럽`은 동시에 24권까지 책을 빌릴 수 있고, 총 대여 횟수는 무제한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조 월정액 서비스 `Sam`을 운영하고 있는 오프라인서점 1위 교보문고는 "내년 초 무제한 월정액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월 2권에 7000원부터 최대 12권에 3만2000원까지 요금제를 제공 중이다. 교보문고의 경쟁력은 10만종이 넘는 전자책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교보문고까지 가세하면 국내에서만 4개가 넘는 기업이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며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2014년 선보인 아마존의 무제한 월정액제 `킨들 언리미티드`는 순항 중이다. 9.99달러에 60만권이 넘는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며 북미 시장을 장악했다.
현재까지 출판사들은 개별 전자책 매출을 나눠 갖고 인세를 작가에게 지급하는 종이책 방식의 판매 서비스를 더 선호한다. 신간 및 베스트셀러의 전자책 출간에 소극적인 이유다. 독자들에게는 "정작 월정액제를 사용해도 신작이 없어 읽을 책이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점이 업계의 경쟁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데다 더 저렴한 값에 책을 읽을 수 있어 독자들은 반기는 목소리다.
리디북스의 이동진 CBO(Chief Business Officer)는 "기존 전자책 중 상위 5% 평점 도서를 리디셀렉트에 제공하고 있는데 월정액제 독자의 이용률이 지난 4개월간 680%가 늘 만큼 독서량 증가에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각 사들은 콘텐츠 확보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2만5000여 종을 확보한 밀리의 서재는 `열 두 발자국` `역사의 역사` 등 최신 베스트셀러를 무기로 내세웠다. 약 2600종을 제공하는 리디북스의 `리디셀렉트`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와 장강명 소설 `노라` 등 독점 콘텐츠를 공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서점은 선공개 및 독점공개를 조건으로 걸고 수천만 원의 선인세를 출판사에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은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전자책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경쟁 체제는 회원 수를 늘릴수록, 책을 팔수록 적자만 쌓여가는 구조다. 몇몇 회사는 19금 소설 등을 팔아 겨우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전자책 `빅4`와 다른 길을 걷는 업체들도 있다.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의 시리즈, 알라딘의 싱글즈는 `분권 유료화` 모델로 비즈니스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전자책 시장이 성숙하기도 전에 출혈경쟁으로 싼값에 책 읽는 문화가 정착되는 게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대세가 된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규모의 판매수익을 나누는 음원 시장과 같은 선순환 구조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확보된 독자층 기반으로 전자책 시장이 커질 수 있는 텃밭을 가꾸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당장 이익을 보게 될 사업자들이 작가, 출판사와 수익모델을 잘 배분한다는 전제하에서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모델이니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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