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맡고 있는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 사회기여위원회가 주관하는 멘토/멘티 조율식 행사가 있었습니다. 멘티가 퍼실리테이터가 되어 진행한 워크숍인데 저는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이 다른 일반적인 워크숍과 구별되는 중요한 한 가지 특징인 미리 정답을 정해 놓지 않고 진행한다는 원칙입니다. 미리 정답을 정해 놓거나 혹은 정답을 예상해 놓고 그 정답이 나오도록 하는 경우 워크숍 참여자들의 자발성이 발휘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원칙이 퍼실리테이션의 본질을 유지하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원칙과 달리 어느 정도 결론을 예상하고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어 원칙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부분입니다. 즉, 지켜질 수 없는 원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증 퍼실리테이터 포함)이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워크숍에 참여하여 그 원칙이 지켜지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소홀히 생각한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이고, 회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멘토링 2기를 시작하면서 멘티를 가능한 한 많이 모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저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과 달리 멘토를 지원한 인증퍼실리테이터의 수가 멘티를 지원한 일반인의 수보다 월등히 많아 멘토와 멘티를 맺어 주는 것이 주 목적인 오늘의 워크숍이 잘 운영될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저는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멘토와 멘티간 정보를 교환한 후 각자 자유의사에 따라 멘토와 멘티를 연결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참석한 멘토가 4명, 멘티가 4명(퍼실리테이터 포함) 등이어서 멘티 각자 1명의 멘토를 요청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순간 멘티인 퍼실리테이터가 멘티가 꼭 멘토 1명만 선택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다른 멘티들도 복수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고, 멘토들도 이에 공감을 표하면서 멘티가 최대 2명까지 멘토를 선택하는 것으로 방식이 변경되었습니다.
이전 멘토링 1기에서는 멘토 1명이 여러 명의 멘티를 상대하기도 했지만 그 반대인 구조는 없었는데 보기 좋게 고정관념이 깨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한 명의 멘토가 각각 두 명씩 멘티와 매칭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결과는 워크숍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내용입니다. 이로써 퍼실리테이션 회의 원칙인 "정답을 미리 정하지 않는다"가 적용되었음을 입증하였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퍼실리테이션을 할 때 이번 회의가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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